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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무기 커넥션

딸기21 2008. 8. 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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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남오세티야 자치공화국 문제로 그루지야와 전쟁을 벌이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신냉전’을 방불케하는 대립 속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진 나라가 있다. 그루지야에 무기를 공급하며 군사자문 역할을 맡아온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과 그루지야 간의 은밀한 협력관계가 드러나면서, 냉전시절부터 세계 곳곳에 발을 뻗어나갔던 이스라엘의 ‘전쟁 커넥션’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루지야 사태가 한창이던 이달 중순 하아레츠,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들은 그루지야에 대한 무기 수출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00년부터 그루지야에 2억달러(약 2100억원) 어치의 무기를 공급해왔다. 이 중에는 원격조종 무인정찰기 450대와 로켓포, 전자제어장비, 야간투시경 등이 포함돼 있다.
 

그루지야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무기판매로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군사전문가들을 파견,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에 체류하고 있는 미군 자문단과 함께 그루지야 군대를 훈련시키기도 했다. 2006년 레바논 전쟁을 지휘했던 이스라엘 군 전직 장성 갈 히르쉬, 텔아비브 시장을 지낸 로니 밀로 등이 트빌리시에서 그루지야군의 자문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루지야를 비롯한 코카서스 지방에는 유대계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루지야 내각에도 유대계 장관이 2명이나 있다. 이스라엘은 근래 아랍계 인구증가에 맞서기 위해 옛소련권국가들에서 유대계 주민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는 대규모 그루지야계 이주민 공동체가 존재하며, 두 나라 간 인적교류도 활발하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함께 그루지야 군대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자 러시아는 시리아에 무기를 판매할 뜻을 내비쳤다. 러시아는 이란에도 S-300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을 공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말 지중해에서 이란을 공격할 준비라도 하는 것처럼 미사일공습 훈련을 벌였던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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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얼마전 골란고원에서 실시된 이스라엘군의 훈련 모습/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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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지난 19일 북부 하이파 인근 바다에서 미군, 터키군과 합동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



‘신냉전’이 불러온 군비경쟁의 핵심에 이스라엘이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다.
이스라엘의 무기판매가 물의를 빚은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1960년대 이래 이스라엘은 미국산 무기를 사거나 원조받아 국방 규모를 키웠고, 군수산업을 발전시켰다. 이스라엘은 미국산 무기를 재판매하거나 자국산 무기를 팔아 국가 재정 상당부분을 충당해왔다.

이스라엘 무기커넥션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핵무기개발을 지원한 것을 들 수 있다.
73년 욤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이 일어나자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등을 돌렸다. 이 때 이스라엘이 아프리카의 외교상대로 택한 것이 악명높은 흑백 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 때문에 고립돼 있던 남아공 백인정권이었다. 이스라엘은 70년대 남아공의 핵무기 개발계획을 지원, 6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도록 도왔다.
두 나라의 은밀한 거래가 폭로된 것은 77년. 이스라엘이 우라늄 50t을 건네받는 대가로 남아공에 방사능물질인 트리튬(3중수소) 30g을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남아공과의 핵협력 의혹은 물론, 핵무기 생산기술을 갖고있다는 사실조차 부인했다. 그러나 86년 핵기술자 모르데차이 바누누가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핵 시설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스라엘의 핵 실태가 드러났다.
2000년 남아공의 전직 장성 디에터 게르하르트는 “이스라엘은 이미 1974년 남아공에 여리고(Jericho)-2 미사일 8개와 핵탄두를 제공하기로 약속했었다”고 폭로했다.80년대 남아공이 개발한 RSA-3 탄도미사일 개발도 이스라엘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은 90년대 중반 흑인정권이 들어선 뒤 핵무기를 자진 폐기하고 비핵국가로 돌아섰지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거부하고 있고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도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한 70년대 우간다의 이디 아민과 옛 자이르(현재의 콩고민주공화국)의 모부투 세세 세코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여러 독재정권에 무기를 팔았다. 콩고 내전에 개입했던 레브단, 앙골라에서 활동했다는 소문이 있는 앙고-세구, 콜롬비아에서 활약한 실버 섀도 같은 민간군수회사(PMC)들은 이스라엘에 본부를 두고 있다.

2005년 유엔은 이스라엘이 안전보장이사회 금수조치를 어기고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 무기를 팔고 있다며 조사를 벌였다. 당시 코트디부아르에서는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놓고 정부군과 반군이 내전을 벌이고 있었다. 2002년부터 5년 넘게 지속된 이 전쟁에서 수만명이 숨졌고, 그들 중 상당수가 이스라엘제 무기에 목숨을 잃었다.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개입은 더욱 폭넓고 직접적이었다. 콜롬비아 우익 민병대 AUC 출신인 카를로스 카스탕은 2003년 알자지라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80년대 이스라엘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던 사실을 털어놨다. 콜롬비아 우파정권과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AUC는 좌익 게릴라 소탕을 빙자해 민간인들에 대한 고문·살해를 자행, 악명을 떨쳤던 준군사조직이다.
카스탕은 많게는 50명에 이르는 AUC 조직원들이 이스라엘에서 훈련을 받았다면서 “이스라엘군은 우리를 팔랑헤 민병대와 비슷한 방식으로 훈련시켰다”고 말했다. 팔랑헤 민병대는 이스라엘의 후원 속에 활동했던 레바논의 민병대로, 82년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쳐들어가 주민 2000명을 몰살시켰다.
카스탕의 고백은
지구 반대편 레바논과 콜롬비아의 우익 민병대가 이스라엘의 치밀한 ‘가르침’을 받고 민간인 학살과 인권탄압을 자행했음을 드러내주는 것이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스라엘은 콜롬비아 우익들을 데려다 훈련을 시켰을 뿐 아니라, 콜롬비아 정글에 군사전문가들을 보내 우익게릴라들의 무장을 돕기도 했다. 89년 공개된 콜롬비아 비밀경찰의 보고서는 이스라엘의 지원 덕에 AUC가 1만~1만2000명의 병력을 거느린 대규모 준군사조직이 될수 있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 과테말라에 근거지를 둔 기르사(GIRSA)라는 민간군수회사를 동원해 칼라시니코프 소총 3000자루를 AUC에 건네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7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의 민간인 학살, 이른바 ‘더러운 전쟁(Guerra Sucia)’에 개입했으며 엘살바도르 내전 때에도 독재정권에 무기를 공급했다. 미국 정보기관 평가에 따르면 75~79년 엘살바도르가 구입한 무기의 80% 가까이가 이스라엘제였다.
80년대에는 좌파 산디니스타 정권을 뒤엎고 집권한 니카라과 소모사 독재정권에 무기를 건넸다. 이스라엘의 군사개입 리스트에는 이 밖에도 볼리비아, 브라질,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아이티, 온두라스, 파나마, 파라과이, 페루, 베네수엘라 등 거의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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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이파대학의 벤야민 바이트 교수가 쓴 ‘이스라엘 커넥션’이라는 책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60~70년대 파흘라비(팔레비) 왕조 치하의 이란에도 무기를 대량공급했다.
국민의 지지를 받던 민족주의 정권을 축출하고 권력을 잡은 파흘라비 왕조의 레자 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의 도움 속에 공포정치를 펼쳤다.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일어나 호메이니 세력이 집권한 뒤 이스라엘은 “이란이 역내 시아파 과격 무장세력을 돕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란 무기들의 상당수는 이스라엘이 파흘라비 정권에 넘겼던 것들이었다. 이스라엘은 사담 후세인 치하의 이라크 쿠르드족 반군과 터키 군부에도 무기를 보냈다.


냉전 시절 미국의 대리인으로 제3세계 내전에 개입해 이익을 얻었던 이스라엘은 90년대 이후로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강국들과의 거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인도는 2000년대 들어 이스라엘의 무기판매고가 늘어나는데 가장 많이 기여한 나라로 꼽힌다. 인도국방연구개발기구(DRDO)는 2006년 1월 이스라엘항공산업(IAI)과 4억8000만 달러 규모의 무기개발협력 협정을 맺었다.
인도 언론들은 “인도는 이스라엘의 최대 고객”이라면서 양국간 무기거래액이 15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인도가 사들인 것들은 이스라엘제 바라크 해상미사일방어시스템, 개량형 팰콘 조기경보시스템, 헤론 무인항공기, 스파이더 지대공미사일 등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경쟁 상대인 중국에도 무기를 팔려고 시도했다. 지난 2003년 이스라엘은 중국에 팰콘 다층복합레이더시스템을 판매하려 했다가 미국과 마찰을 빚었다. 이 사건은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가장 많이 받으면서도 무기를 팔기 위해서라면 미국과의 마찰도 불사하는 이스라엘의 배짱을 그대로 드러내보였다.

이스라엘 군수산업 실태

이스라엘은 2006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3%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GDP 대비 국방비 지출 규모로 보면 세계 7위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아랍국들과 대립하고 있다는 이유로 해마다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원조를 받아왔고, 미국산 무기를 공급받아 방위산업을 발전시켰다. 과거에는 전반적인 무기 체계가 미국산 무기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나 메르카바 전차, 크피르 전투기 등을 만들며 ‘국산화’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레이더시스템 등 방공망도 거의 자국산으로 대체했다. 헤츠(Hetz)라는 이름의 탄도미사일방어망을 가동하고 있어, 미국보다 앞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페크(Ofeq)라는 자체 정찰위성과 발사설비도 갖고 있다. 중남미를 휩쓸었던 갈릴 소총과 타보르 소총도 이스라엘제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150개가 넘는 군수산업체가 있으며 고용인원이 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군수회사로는 이스라엘무기회사(IAI), 이스라엘항공산업(IAI), 이스라엘군수산업(IMI), 라파엘무기개발, 엘옵(El-Op), 솔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이 다른 나라에 파는 무기 중에는 자체 개발한 것들과 미국에서 사들여온 것들이 모두 포함된다.
무기수출은 해외국방원조수출기구(시바트·SIBAT)가 총괄하는데, 2006년의 경우 총 수출액이 42억달러에 이르렀다. 무기 판매는 이스라엘의 주요 국가소득원 중 하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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