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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과 '복음주의'

딸기21 2008. 8. 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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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16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동성애와 낙태 등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민주·공화 양당 전당대회를 각기 1, 2주 앞두고 열린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받은 것은 대선 후보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것이 복음주의 기독교 목사라는 점이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AP통신 등은 중산층 표를 좌우하는 복음주의의 힘이 재확인됐다면서 특히 올 대선을 앞두고 복음주의 교파 내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은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새들백 밸리 교회에서 열렸으며 이 교회를 이끌고 있는 릭 워런 목사가 진행을 맡았다.
먼저 오바마가 단상에 올라 1시간 동안 낙태, 동성 결혼 등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는 여성의 선택권이 중요하다면서 “낙태를 금지하기보다는 여성들이 낙태를 하게 만드는 사회적 문제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질의응답에 나선 매케인은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시작된다”면서 낙태에 대해 간명하게 반대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은 자리를 바꾸면서 짧게 악수를 나눴을 뿐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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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워런 목사, 오바마. /AP


캘리포니아는 유권자가 가장 많은 주(州)이고 오렌지카운티는 중산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새들백 교회는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교회로, 신도가 2만2000명에 이른다. 복음주의는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독교 교파이며 전체 유권자 4명 중 1명은 복음주의 신자로 추산된다. 그들 중 80%는 지난번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를 찍었다. 그러나 이들이 이번에도 공화당에 몰표를 던질지는 불확실하다.

CSM은 기독교계에서 전통적인 보수 우파와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올해 54세인 워런 목사는 빌리 그레이엄의 대를 잇는 신세대 복음주의 지도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교리 문제에서는 보수적이지만 기존 기독교 우파들과는 달리 에이즈, 동성애, 낙태문제에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같은 민주당 인사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교계 내에서는 워런 목사처럼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환경문제를 강조해온 리처드 시직 전국복음주의연합(NAE) 사무총장과 기독교 단체 ‘소저너’를 이끌며 빈곤퇴치 운동을 벌이는 짐 월리스, 수사기관들의 고문·가혹행위에 항의해온 데이비트 거시 머서대학 신학교수 등이 그들이다. 아울러 공화당과 기독교의 지나친 연계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바나그룹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신실한 복음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 중 61%는 매케인을 지지, 오바마 지지자(17%)를 압도했다. 하지만 자신을 ‘일반적인 복음주의자’라고 평가한 사람 사이에선 매케인 39%, 오바마 37%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CSM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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