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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8년 만의 유네스코 복귀

딸기21 2003. 9. 2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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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8년 만의 유네스코 복귀 (2003.9.29)

 

이라크 사태, 테러 위협,북핵문제 등 굵직한 국제뉴스 틈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긴 해도 오늘 (29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역사적으로 중대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부시는 이날 파리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본부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것도 덕담 차원의 인사가 아니라, 지난 85년 유네스코를 박차고 나갔던 미국의 컴백을 선언하는 연설이다. 로라 부시여사는 지난 주말 파리로 향하기전 미국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유네스코의 목표는 나를 포함한 수 많은 미국인들의 목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또 " 미국이 진짜 어떤 나라이고, 우리가 지닌 가치가 무엇인가를 전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라며  " 앞으로 미국은 유네스코에서 다원주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펼쳐보였다.  
 
과연 그렇게 될까.

불안한 첫 징후는 미국 국무부에서 나왔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테러리즘을 부추기는 유해한 이데올로기와 싸우기 위한 또다른 장(場)을 얻게 됐다는 점은 미국에게 이익"이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결국 이라크, 팔레스타인,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 눈엣 가시같은 나라나 조직을 철저히 꺽어버리기 위해 앞으로 유네스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헤리티지재단의 한 유엔 전문가조차 "미국의 유네스코재가입은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냉전체제 말기인 지난 85년 , 사무국의 방만한 운영을 이유로 유네스코를 탈퇴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미국이 소련의 사주를 받았다고 보는 제3세계 회원국들이 유네스코를 좌지우지하고, 심지어 부자나라 돈을 가난한 나라에 나눠주자는 식의 주장을 펴는데 부아가 치솟았기 때문으로 알려져있다. 미국은 한때 유네스코 예산의 절반가까이를 분담했다.  강대국들이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서 힘을 행사할 수있는 유엔과 달리 유네스코에서는 아프리카 소국과 똑같이 1국 1표 원칙을 지켜야한다. 막대한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을 지켜야하는게 미국으로선 불평등하게 느껴졌을 듯하다. 그때도 영국은 미국과 나란히 손잡고 유네스코를 탈퇴했다가 97년에야 재가입했다.

유네스코측은 일단 미국의 재가입을 환영하는 분위기인 모양이다. 그렇지않아도 쓸데는 많고, 돈은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이 돈다발을 들고 오겠다는데야 반갑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러나  세계 최강국의 등장으로 유네스코의 앞날엔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네스코가 추진 중인 사업 중 하나가 문화다양성 국제규약 제정인데, 미국의 등장으로 난항에 부딪힐게 뻔해보인다. 우리나라 스크린쿼터운동을  문화다양성 지키기의 성공사례로 평가했던 지난해 유네스코의 분위기를 앞으론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문화다원주의 운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이반 베르니어 캐나다 라발대 법대교수가 지난해 내한, 유네스코보다 더욱 강력한 법적 권한을 지닌 새로운 국제문화기구 창설 움직임에 대해 전한 적이 있다.
미국의 가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단호히 반대를 나타냈다. 현재 문화다양성이란 어차피 시장개방을 앞세운 미국 대중문화 공세와 어느정도 대립되는 개념일 수 밖에 없으며, 부시 행정부가 환경보호를 위한 교토 의정서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전력에서 보듯 괜히 미국이 끼어들었다가는 될 일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3세계의 입김이 센 유네스코를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정치논쟁의 장으로 만들어나갈지 궁금하면서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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