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기름값이 올라서

딸기21 2008. 6. 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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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올라서... (1)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사는 24세 교회 목사 브렌트 사바는 1일 신자들을 태운 15인승 밴을 몰고 국제공항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춰서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기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바 목사는 주(州) 간을 넘나드는 고속도로 한켠에 차를 밀어둔 채 30분을 기다린 끝에 미국자동차협회(AAA) 긴급출동요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자동차 문화에 젖어있는 미국인들이 고유가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 유가는 지난 한달 동안 배럴당 13.80달러(12.2%)나 급등했다. 지난 주말 뉴욕시장에서는 국제 원유가가 다소 떨어졌지만, 원유가가 내림세를 보여도 주유소 기름값이 낮아질줄 모르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올라간 가격표에 놀라 주유량을 줄이는 운전자들이 많아지면서, 사바 목사의 케이스처럼 길가다 자동차가 멎어버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필라델피아의 경우 지난달 30일부터 시 안팎 주유소들이 갤런 당 4달러(리터당 약 1050원) 이상의 가격을 받기 시작했다. AAA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에서 "기름이 떨어졌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 건수는 지난해 5월 81건이었던 것이 지난달에는 161건으로 늘었다. 유전지대가 늘어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조차 `가솔린 SOS' 신청건수가 2배로 늘어났다. 소비자조사 회사인 닐슨 자료에 따르면 근래 들어 미국의 운전자들은 기름을 조금씩, 자주 넣는 방식으로 주유 패턴을 바꾼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번에 주유를 많이 하기가 부담스러워진 탓에, 마치 `러시안 룰렛'을 하듯 가솔린 게이지를 보면서 운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AP는 전했다.

USA투데이는 중소규모 대학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학생들이 적은 금요일에는 아예 강의를 없애는 쪽으로 학사일정을 앞다퉈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조치는 자동차로 통학하는 학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의를 하루이틀에 몰아서 듣게 되면 기름값을 아낄 수 있기 때문. 미국의 기름값은 갤런당 1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는 유럽국들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 하지만 지난 5년간 144%나 인상돼 상승세는 유럽보다 더 빠르다.
냉ㆍ난방유에도 비상이 걸렸다. 겨울철 폭설과 한파를 견뎌내야 하는 동북부 매서추세츠, 뉴욕, 코네티컷주 등 뉴잉글랜드 지역 주민들은 올여름 냉방요금 걱정을 넘어 다가올 겨울 난방유 부담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가 경기를 살리려고 대규모 세금 환급을 시작했지만, 기름값과 생필품값 상승에 놀란 미국인들이 쇼핑을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유가ㆍ경기침체를 놓고 미국 정부도 뾰족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에 석유 증산을 촉구하기 위해 1일 카타르 도하를 방문 중인 헨리 폴슨 재무장관도 "고유가에 대한 응급처방은 없다"고 토로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기름값이 올라서... (2)


지난 주말 유럽에서는 곳곳에서 기름값 폭등에 항의하는 농ㆍ어민들의 시위가 잇따랐다.
프랑스 농부들과 어부들은 트랙터나 어선에 들어가는 기름값이 너무 비싸 생업을 포기해야할 지경이라며 북해산 원유가 하역되는 영불해협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벨기에 등지에서도 정부에 유류보조금 지급과 세금인하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해양국가인 포르투갈에서는 1일 어선들이 일제히 파업에 들어가, 조업에 나선 선박이 한 채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과 불가리아에서는 연료값 폭등에 항의하는 트럭운전사 시위가 일어났다고 BBC방송, AP통신 등은 1일 전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어민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모임을 갖고 오는 23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수산장관 회의를 겨냥한 연대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프랑스의 기름값은 현재 리터 당 2500원에 이른다. 에너지 순수입국인 터키의 경우는 가솔린 값이 리터당 3000원으로 올라가, 중형 승용차 한대를 채우려면 20만원이 필요한 지경이 됐다.

유럽국들은 긴급 유류세 인하와 농어민 지원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앞서 프랑스 정부는 1억 유로(약 1600억원) 규모의 어업지원책을 내놨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 유류세 공동 인하를 제안했고,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서민ㆍ빈민층에 유류비 지원을 해주고 있고, 일본도 세금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는 고유가가 특히 에너지 수입을 많이 하는 아시아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과 중미지역 경제블록인 중미통합체제(SICA) 국가들은 유가 급등과 식량위기 해법을 찾기 위해 특별 회의를 열 것을 유엔에 촉구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SICA 8개국 정상들은 지난 30일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고유가가 개도국과 빈국들에 미칠 경제,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고 투기자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 특별회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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