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중국 지도부 위기 대응도 '진화'

딸기21 2008. 5. 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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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쓰촨성(四川省) 지진에서 보이듯, 무조건 감추고 가리던 관행에서 벗어나 공개적이고 투명한 대응을 하는 쪽으로 위기관리의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지진 사태나, 장(腸)바이러스로 인한 수족구병 확산 등과 관련해서도 중국 정부는 과거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진 피해 `적극 대응'

중국 최고지도부는 지진이 발생하자 사망자 수를 숨기지 않고 발표했고,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도 외신들보다 앞서서 `더 늘어난 사상자수'를 발빠르게 보도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12일 지진이 일어나자마자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소집해 긴급 재난구호 대책회의를 열었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즉시 지진이 일어난 쓰촨성 청두와 두장옌으로 달려가 직접 주민들을 위로ㆍ격려했다. 또 2만명 이상의 군인과 구호인력을 보냈으며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구호 지원을 환영한다"며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었다.
당국의 태도는 외신들이 많이 언급한 1976년 허베이성 탕산 대지진 때와는 30여년이라는 시간 격차를 감안하더라도 비교하기 힘든 차이를 보이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중국의 태도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아시아의 독재국가 미얀마와는 대비를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호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훨씬 더 큰 재앙을 맞은 미얀마보다 구호인력ㆍ물품이 중국 쪽으로 많이 가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오히려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보건ㆍ위생 위기에도 `공개 대처'

중국 정부는 올림픽을 앞두고 발생한 장 바이러스(EV71) 확산 파동에 대해서도 과거보단 훨씬 공개적인 대응을 보였다. 지난 3월 처음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뒤 지방 정부 차원에서 은폐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달 들어서는 공개 대응으로 돌아서서 확산 가능성이 높은 아동 시설들을 폐쇄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2003년 사스 파동 때나 AI 발생 뒤 감염 발생사실을 수개월씩 은폐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당초 `괴질'이라 불렸던 사스나 AI는 중국 내 감염 경로가 드러나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들과 보건단체들이 확산을 막는데 애를 먹었다. 일부 학자들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로까지 AI가 퍼지게 만든 것은 중국 정부의 은폐 때문이었다고 지금도 공격하고 있다.

잇단 위기에 교훈 얻었나

외신들은 중국 최고지도부의 태도 변화에 대해 "대형 참사를 은폐하기보다는 진상을 공개하는 것이 해결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최근 발생한 티베트 사태 등으로 무조건 은폐하고 부인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게 됐다는 것. 또 올림픽 같은 국가 중대사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했을 수도 있다.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진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동원 행정'과 구조적인 문제점들은 남아있다는 지적도 많다. 후 주석은 긴급 회의에서 이재민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면서 "여론 지도작업을 강화하고 유언비어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라"면서 민심을 잘 통제하라는 지시를 잊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는 "이번 지진 피해자들은 경제발전의 희생양들"이라며 개발에서 소외된 농민ㆍ소수민족들의 처지에 관심을 돌리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지진 대참사 세상에 알린 중국 네티즌들

중국 지도부가 쓰촨성(四川省) 대지진에 적극적으로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올림픽을 앞두고 위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더이상 민간 통제가 불가능해진 탓'이라는 시각도 있다.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들은 중국 정부가 과거와 달리 이번 지진 참사 피해상황을 속속 발표하며 공개 대처에 나선데 대해 "더이상 은폐와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중국 지도부가 인식한 것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참사 상황을 세계에 가장 빨리, 가장 생생하게 알린 것은 중국의 네티즌들이었다. 일례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진앙지에서 100㎞ 떨어진 대학 기숙사 방에 있던 한 학생은 책상 밑에 웅크리고 있으면서도 물건들이 쏟아져내리는 장면을 동영상에 담았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소식을 알려 달라"고 말하는 자신의 모습까지 담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이 대학생이 올린 영상이 1시간도 안돼 수천건의 조회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과 해외 중국인들은 이제는 정부의 피해현황 발표를 기다리기보다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와 같은 새로운 수단들을 통해 소식을 전해듣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제의 동영상은 공유사이트에서 6시간 만에 60만건 이상이 클릭했을 만큼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지진 소식은 블로그들을 통해서도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정보통신 붐이 가져온 `빠른 전달력'은 중국 정부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재해 상황을 공표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곧 대규모 여진이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뜨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전파돼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같은 대도시 빌딩가에서 대피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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