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현지 교민에게 들어본 미얀마 상황

딸기21 2008. 5.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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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론 `나르기스'에 강타당한지 엿새가 됐지만 미얀마에서는 피해가 복구되기는커녕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식량 부족과 질병 위험 속에 고통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대 경제도시인 양곤에서조차 전기가 복구되지 못하고 있고 물가는 폭등하고 있지만, 미얀마 군사독재정권은 국민들에게 피해 현황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코트라 양곤 무역관 김종상(32) 과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지 상황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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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rvivors of the deadly cyclone Nargis work on a roof near the Pyapon river. /AFP


 
CNN 보고 상황 파악

군정은 관영 통신을 통해 지난 7일 사망자 수가 2만2000명, 실종자가 4만1000명이라고 발표했으나 그 뒤로는 피해 규모에 대해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2006년3월부터 2년 넘게 양곤에 체류하고 있다는 김과장은 "여기서는 상황을 전해들을 수 없어, CNN 방송 등 외신들을 통해서만 짐작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외국 방송이 나오는 곳도 시내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관영 언론들은 사이클론 피해나 복구에 대한 보도 자체를 별로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물자가 비교적 풍부한 양곤 시내에서도 벌써 생필품 부족과 인플레가 나타나고 있다. 그는 "재래시장들은 열리고 있지만 대형 마트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고 있고, 식수와 식료품 가격은 며칠 새 3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김과장은 "양곤에서도 사이클론 때문에 수십명의 사망자와 이재민이 나왔지만 구호시설이나 대피소가 없어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 수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800여명에 이르는 한국 교민들은 사이클론으로 공장 가동이 안되는 등 경제적 피해를 입었지만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동요는 없어

사이클론 강타 직후 양곤 안팎 대부분 지역에서는 전기가 끊어졌고, 통신도 거의 두절됐다. 대로변에 쓰러진 나무들과 흙더미들은 치워졌지만 시내 중심가를 제외하면 전기는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가장 큰 번화가인 술레파고다 부근에 위치한 코트라 사무실도 전기가 끊겼다가 며칠만에야 복구됐다.
유엔은 8일 "나르기스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150만명에 이를 것"이란 추정치를 내놨다. 지난해 여름을 달궜던 승려 시위와 유혈진압 사태 이후 다시 미얀마에 시선이 쏠리면서 양곤의 정치적 분위기도 국제적 관심사가 되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거리엔 시위가 일어날 조짐은 없으며 군정 쪽에서도 동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김과장은 전했다.

`나뭇잎 집들' 재앙엔 속수무책

외신들은 사이클론 강타 당시 벵골만에 면한 이라와디강 삼각주(델타) 지역에서 8만∼10만명이 몰살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델타는 예전부터 `아시아의 쌀통'이라 불렸던 곡창지대다. 과거 영국은 식민통치 시절 쌀생산 늘리기 위해 내륙 사람들까지 델타로 이주시켰고, 지금도 7만㎢ 넓이의 저지대에 350만명이 밀집해 살고 있다.
김과장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델타의 집들은 나무줄기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열악하기 짝이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대규모 참사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델타 지역 주거지들 중 대부분은 바람 한번에 날아갈 정도의 움막집들이고, 그 중 상당수는 물이 들어찬 논 사이사이에 있는 수상(水上) 가옥들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 수백만명 모여살고 있기 때문에 델타에서는 매년 5∼9월 몬순 시기에는 연례행사처럼 홍수 피해가 발생해왔다. 이 지역은 지금도 물에 잠겨있어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할 우려가 크지만 현지 사정 어떤지 양곤에는 전해지지도 않고 있다고 김과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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