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조용한 쓰나미' 식량위기와 바이오연료 논란

딸기21 2008. 4. 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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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유가보다 더욱 심각하게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은 고유가에서 비롯된 곡물 값 폭등 현상이다. 특히 개발도상국 빈민들에게는 `생존의 위기'가 되고 있는 곡물 값 폭등 책임과 해법을 놓고 서방과 개도국 간, 바이오연료 생산국과 곡물수입국들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며 유전자조작(GM) 작물 논란도 한층 가열되고 있다.


 곡물 값 놓고 남미 좌파 분열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함께 남미 좌파의 한 축을 형성해온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21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를 방문, "바이오연료 생산을 늘린 탓에 식량위기가 악화됐다"면서 국제기구들에게 바이오연료 생산에 제동을 걸어줄 것을 요청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원주민 문제 관련 포럼 참석차 유엔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남미 좌파의 맹주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을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곡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바이오연료 생산을 늘리면 전세계 식량위기가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에 "각국이 바이오연료 대량생산 정책을 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 차베스 대통령도 브라질의 바이오연료 대량생산을 비난한 바 있다.


`위기의 쓰나미' 누가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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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일 서아프리카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개막된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총회에서도 아시아·아프리카 식량위기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총회 개회사에서 "식량위기로 인한 소요 사태 등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면서 곡물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한 유엔 태스크포스 설치 계획 등을 밝혔다. 반 총장은 곡물값이 오른 탓에 그동안 유엔이 ‘밀레니엄 개발목표(MDG)’에 따라 10년 가까이 추진해온 빈국들을 위한 개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처지라면서 절박한 위기의식을 표출했다.

곡물값 급등 조짐은 이미 재작년 말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근래 아시아·아프리카 빈국들에서 사회불안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일자 최신호에서 조셋 시런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의 표현을 빌어 "식료품값 급등이 `조용한 쓰나미'처럼 전 세계에 불안정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연료 논란에 발끈한 룰라


문제는 이 `조용한 쓰나미'의 원인이 어디에 있냐는 것이다. IMF와 세계은행은 최근 ▲바이오에너지 생산 확대 ▲중국·인도의 곡물 소비 증가 ▲기후변화에 따른 사막화와 수확량 축소 등으로 인해 식량위기가 가중되고 있다고 경고했었다. 세계은행과 유엔 등은 `곡물 값 안정을 위한 뉴딜정책'을 촉구하면서 곡물시장 자유화와 바이오연료 보조금 폐지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연료는 사탕수수·옥수수로 만드는 바이오에탄올과 콩을 비롯한 식물성기름에서 뽑아내는 바이오디젤로 크게 나뉜다. 브라질은 그 중 바이오에탄올 생산의 종주국으로, 아마존 삼림까지 밀어붙이며 바이오에탄올의 연료가 되는 사탕수수 재배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은 석유를 수출하는 자원부국이면서도 바이오연료 생산을 21세기 주력산업으로 설정하고 전국에 바이오연료 충전소를 만드는 등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브라질은 바이오연료를 곡물가 상승 원인으로 지목하는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크라 UNCTAD 총회에 참석한 룰라 대통령은 바이오연료가 식량가격 폭등을 불러온다는 주장을 일축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농업보조금을 철폐, 농산물 시장을 자유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룰라 대통령은 21일 브라질 언론에 발표된 주례 연설에서도 바이오연료와 곡물 값을 연계시키는 논리를 반박하며 "브라질에 대한 견제심리에서 나온 선진국들의 논리일 뿐"이라 주장했다.


GM 옹호론의 진실과 허상


일부 환경단체들은 서방 언론들과 국제기구들 중심으로 제기된 곡물 값 공방이 결국은 유전자조작(GM) 작물 재배를 세계적으로 공인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생명공학기업들의 지원을 받아온 민간단체인 `농업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 서비스(ISAA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GM작물 재배면적은 계속 늘어나 총 1억1430만ha에 이르렀다. GM 재배면적은 지난 10년 동안 67배나 증가, 세계 23국에서 공개적으로 경작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아르헨티나·브라질은 3대 GM 생산국으로서 옥수수와 콩, 쌀, 밀, 감자 등의 식량작물을 키우고 있다.

반면 국제기구들과 환경단체들은 곡물 값 폭등 여파를 타고 GM 재배지가 늘어나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20일 공개된 미국 캔자스대학 연구팀 조사 결과 GM 콩은 당초 기대와 달리 재래식 콩보다 수확량이 오히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등은 이 연구결과를 보도하면서 "일각의 주장과 달리 GM 작물이 세계 식량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은행, 세계보건기구(WHO) 등도 공동 연구를 통해 지난주 "GM 작물이 세계 식량 위기에 대한 대답이 되지 못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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