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산책 중독.

딸기21 2002. 7. 2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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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되는 것도 참 가지가지다. 난 요즘 산책중독이다. walkaholic. 집에 걸어다니다보니 하루에 일정량을 걷지 않으면 몸이 찌뿌드드하다고나 할까. 오늘은 회사에서 교보문고까지,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살금살금 걸어갔다. 귀에 이어폰 꽂고 걷는 것도 한번 해봐야 하는데, 음악 들으려면 중얼중얼(혼잣말)을 할 수가 없으니 그게 좀 안 좋다. 그래서 영 음악을 못 듣고 있다.(그러고보면, 음악 못듣는 핑계도 참 가지가지다--;)

...오늘은 교보 안에 있는 매장에서 가죽끈에 물고기를 꿰어놓은 목걸이를 샀는데, 그 목걸이를 낀 채로 샤워를 해도 될까 안 될까를 궁금해하고 있다. 젖은 가죽끈으로 사람을 묶어서 햇볕에 죄어드는 가죽끈에 숨지게 만드는 얘기를 어렸을 때 본 기억이 있다(아마도 퍼즐집이 아니었던가 싶은데). 내 목에 가죽끈 모양이 생기면 어떡하지?

...누구네 홈에 놀러갔다가 음악 올려놓은 거 다운받아서 듣고 있다. 에바 엔딩곡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 한동안, 에바에 한발 담그고 있던 무렵, 일본어 가사 다운받아서 열심히 외웠던 노래다. 직역을 해서는 도저히 이해 안 가는 노랫말, 다소 뽕짝풍(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으로 들리는 곡.

...또다른 누군가의 홈에서, 올리브기름에 대한 글을 읽었다. 보르헤스라고 쓰여진 올리브기름, 그거 우리집에도 있는 것 같다(그거 맞나?). 작년에 입맛 없을때, 주제넘게 리조또 만들어보겠다면서 올리브기름을 샀었다. 그 기름, 고생 많이 했다. 상할까봐(--;) 냉장고 안에 넣었더니 뿌옇게 굳어서 다시 부엌 창틀로, 결국 우리 집에 왔던 어떤 아줌마 중의 한 명이 식용유 대신 무언가를 구울 때 쓰겠다며 개봉을 했다. 리조또는 커녕 뚜껑도 안 열린채 냉장고 안에서 동태신세가 될 뻔했던 그 올리브기름은 그렇게 지금도 창틀에서 늙어가고 있다.

...발랄유치귀여운 가방을 샀다. 16000원. 아까 아술리다가 그 가방을 보고 "아기 것을 갖고왔느냐"고 했다. 맞다, 우리 애기 꺼는 아니지만 어린이용이다. 아까 그 가방을 내가 사려고 하고 있는데 판매대 앞에 있던 다른 아줌마가 판매원에게 물었다. "이 가방 어른도 사가요?" 판매원 왈, "한명 사갔어요." 그러니까 내가 이 가방을 산 두번째 어른이다...디카로 사진을 찍어서 올려놓으면 좋을텐데. 어쨌든 저 가방 때문에 장마기운 잔뜩 늘어진 오늘 난 기분이 상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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