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부토와 무샤라프의 밀고 당기기

딸기21 2007. 11. 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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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여 만에 파키스탄으로 돌아간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에 맞서 결전을 선언했습니다. 무샤라프가 군복을 벗고 총선거 일정을 받아들일지, 부토가 `피플파워'를 통해 재집권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만...노련한 정치꾼들인 두 사람이 겉으론 싸움, 속으론 협상을 해 결국엔 권력을 나눠가질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구린 것들...

부토의 `대장정'

영국 망명생활을 마치고 파키스탄으로 돌아온 뒤 남부 카라치와 동부 라호르 등 지방 중심도시에 머물러왔던 부토는 이슬라마바드로 상경, 정치활동을 본격 재개했습니다.
7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남부 페샤와르, 라호르 등지에서는 무샤라프의 비상사태 선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습니다. 부토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은 전국에서 400여명의 부토 지지자들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40~50명을 연행한 것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Pakistani former premier Benazir Bhutto addresses a press conference along with party leaders in Islamabad.

부토는 이슬라마바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지금 공격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 국민들의 전진을 호소한다"며 국민 총궐기를 촉구했습니다. 부토는 9일 대통령 관저와 군 장성들 주거지가 밀집해있는 수도 인근 라왈핀디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입니다. AFP통신은 또 부토가 오는 13일까지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로 이어지는 장거리 행진 시위를 열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아울 하크 군사독재정권에 처형당한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총리의 딸로서 이미 2차례 총리를 지낸 부토는 역전의 노장이고 능란한 정치인입니다. 부패 혐의로 비난받고 무샤라프 집권 뒤 검찰 수사망이 좁혀올 때엔 영국으로의 `자발적 망명'을 택해 예봉을 피했고, 국외 체류 중에도 파키스탄 내 PPP에 대한 장악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귀국 직후 139명이 희생되는 대형 테러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뒤 고향에 머물러온 부토에겐 이번이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지요. 비록 많은 약점이 있다 해도, 어쨌든 부토 외에 무샤라프에 맞설 만한 상징성과 카리스마, 정치력을 가진 인물은 없기 때문입니다.

막다른 곳에 몰린 무샤라프

1998년 무혈쿠데타로 부토 세력과 나와즈 샤리프 전총리 세력 등 반대파를 모두 해외로 내쫓은 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왔던 무샤라프는 올들어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시련은 정적들이 아닌, 대법원과 마드라사(이슬람학교)에서 다가왔습니다.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전 대법원장 등 법관들이 정권과 마찰을 빚고, 이슬람세력도 무샤라프의 친미정책에 반발해 유혈분쟁을 일으킨 겁니.
그런데도 무샤라프가 지금 저렇게 버틸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부토의 `양다리 노선' 때문이다.

Pakistan's President Pervez Musharraf speaks in Islamabad November 3, 2007.



비상사태 선포에 항의하는 변호사들의 시위는 예상보다는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반체제 정치인들이나 일반 국민들의 참여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합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지난 6일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지 않는 이유로, "구금되지 않은 유일한 지도자 부토의 침묵 때문"이라고 지적했었습니다. 부토는 7일 무샤라프 정부에 "비상사태를 철회하라"는 `최후통첩'을 날리면서도 자신의 지지자들이 모인 거리 시위엔 참여하지 않아, 향후 행보를 두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부토는 런던에서 비밀 협상을 벌여 무샤라프와 권력분점을 합의했었지요. 부토가 투쟁선언을 하긴 했지만 그간의 모든 협상을 무(無)로 돌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싸우는 척만 하다가 무샤라프가 비상사태를 철회하면 다시 협상을 벌여 3번째 총리직을 노릴 것이라는 거죠.

미국이 아직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무샤라프의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간전 개시 이래 110억 달러(약 10조원)의 원조를 무샤라프에 안겼습니다.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한 상대를 미국이 쉽게 버리진 못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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