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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쇼크? 지략인지 꼼수인지

딸기21 2007. 11. 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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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당수가 4일 도쿄 당사에서 사퇴 발표를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일본 정국이 `오자와 쇼크'때문에 시끄럽군요. 정권교체를 누구보다 소리높여 외쳐온 제1야당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당수가 집권 자민당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재와 만나 비밀리에 대연정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분열 직전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언론들은 오자와 당수가 후쿠다 총리 밑으로 들어가 부총리 자리를 얻으려 했다고 폭로하는 등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오자와 부총리' 합의설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5일 후쿠다 총리와 오자와 당수 간에 `대연정이 성립될 경우 오자와 당수가 부총리격인 무임소장관을 맡는다'는 합의가 이뤄졌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후쿠다 총리와 오자와 당수는 지난 2일 여야 당수회담을 가졌는데, 두 사람이 대연정을 논의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정계 폭풍이 일었지요.
자민-민주 양당구도를 만들어 다음 총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자며 목소리를 높였던 오자와 당수는 대연정설 파문이 일자 후쿠다 총리측이 연정을 제의했다고 발뺌했는데 실상은 스스로 제안한 것으로 드러나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요미우리는 두 사람이 17개 각료직 중 국토교통상, 후생노동상 등 6개를 민주당에 내준다는 구체적인 내각 배분안까지 마련했다고 전했습니다.

민주당 분열 위기

오자와 당수는 4일 당수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스스로 밝혔는데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 등 민주당 간부들은 대안이 없다는 점을 들어 당수직 사퇴를 극구 만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자와 당수가 물러나면 그를 따르는 젊은 의원 30여명의 모임인 `일신회(一新會)' 멤버들이 크게 동요할 우려가 크다는 거지요.
하지만 상처 입은 오자와 당수를 그대로 두고 정권교체의 꿈을 꾸긴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2005년 중의원 선거 참패 뒤 물러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전대표의 복귀설도 흘러나오는 모양입니다. 그러고보면 인물이 참 없는 것도 같고...
일각에선 오자와 추종세력이 탈당, 자민당으로 갈지 모른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민주당은 진보적 정객에서부터 자민당 탈당파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하고 있어 당내 결속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군요.

자민당은 중의원 전체 480석 305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까지 합치면 327석으로 3분의2가 넘는 거지요. 민주당은 113석에 불과합니다. 참의원의 경우 지난 7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제1당이 돼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었지만, 민주당에서 17명이 이탈하면 다시 여당 과반수로 구도가 바뀌게 됩니다.

추락한 지략가

마이니치(每日)신문은 5일 오자와 당수에 대해 "파괴와 이탈, 재생을 반복한 정치편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지략가라는 별명이 붙어다니는 오자와 당수는 원래 자민당 출신으로, 여러 야당을 거쳐 민주당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압승을 이끌면서 정권교체의 꿈을 키웠지만 자민당이 후쿠다 총리를 구원투수로 내세운 뒤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아베 신조(安倍晋三)로 이어지는 자민당의 `오만한 총리들'에게 등돌렸던 유권자들이 다시 자민당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겁니다. 후쿠다 총리의 `겸손한 리더십'앞에서 오자와 당수의 지략이 빛을 잃은 꼴이지요.
사실 저는 '지략가'라는 사람들이 싫어요. 쪼끄만 회사 안에서도 지략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는데, 지략가는 다시 말하면 '구리다'는 얘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세상 사는데에 지략이 왜 중요합니까? 돌대가리인것보단 뇌세포가 좀 많은 편이 유리할지는 몰라도-- 원칙은 언제나 단순합니다. 단순한 원칙을 지키면 되는데 솔직담백하지 못하게들 하다보니 지략이란 것이 통용되고 하는 것 아닌가요. 오자와를 보면 잘은 몰라도 좀 '구린' 느낌이 나요.

각설하고, 일본 언론들은 후쿠다 등장 이후의 위기감 때문에 오자와 당수가 대연정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만...
유권자들은 이를 지략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집권에 목맨 유사 야당의 행태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입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5일 공개한 긴급여론조사에서 유권자 48%는 대연정 논의에 대해 `필요없다'고 답했답니다. `필요하다'는 응답은 36%였습니다. 특히 자민당 지지자들 절반이 대연정 논의에 찬성한 것과 대조적으로, 민주ㆍ사민ㆍ공산당 등 야당 지지자들 중에는 오자와식 협상에 대한 지지가 10~20에 불과했습니다. 오자와의 지략인지 꼼수인지 밀실협상인지, 어떻게 되나 두고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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