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기름값 또 고공행진

딸기21 2007. 10. 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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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가 6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6일에는 장중 한때 88달러를 웃돌았다. 이란 이슬람혁명 뒤 유가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에 근접하는 값이다. 터키가 이라크 공격 계획을 발표하면서 촉발된 이번 유가 파동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이 적극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송유관을 쥐고 있는 산유국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터키발(發) 유가 충격

WTI는 이날 한때 배럴당 88.20달러까지 올라갔다가 87.61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이는 이란혁명 뒤인 1980년 90.46달러(인플레 환산치)에 근접하는 것으로, `유가 90달러 시대'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유가 폭등 원인으로 ▲터키의 이라크 북부 침공계획 ▲손 놓은 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태도 ▲미국 금리인하로 석유 투기가 확산된 것을 꼽았다.
터키는 자국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독립운동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 게릴라들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며 군사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터키 의회는 17일 우파 정부가 요청한 이라크 북부 공격계획을 승인할 예정이어서, 유가 추가 상승이 우려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urkish army armoured vehicles move on a road in the Turkish province of Sirnak, October 17, 2007.


백악관 `압력'에도 터키는 "글쎄"

미국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유가가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문 등으로 휘청이는 미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입힐까 우려하고 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유가를)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터키 측에 계속해서 군사행동 자제를 촉구해왔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유가 급등을 부추긴다는 우려를 의식, "의회 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즉시 군사행동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적절한 조건에서 적절한 시기에 행동할 것"이라고 말해, 침공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BBC방송은 "터키가 이라크 국경을 넘게 되면 이웃한 이란과 시리아도 이라크 북부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칫 지역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는 모두 쿠르드 소수민족을 안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지대

국제적으로 공인된 자치지역이 형성돼 있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지역은 모술, 키르쿠크 같은 세계 최대 유전지대들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매우 민감한 곳이다. 이라크 정부는 부랴부랴 타리크 알 하셰미 부통령을 터키로 보내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쿠르드 지역은 바그다드 시아파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곳이어서 터키를 설득하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공격계획이 아니더라도 터키는 카스피해(海) 송유관과 천연가스관이 지나가는 나라여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러시아와 이란이 카스피해 통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일대에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가시화된다면 원유 시장에 크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뒷짐만 진 OPEC

유가가 일주일새 10% 가까이 올라갔지만 OPEC은 `바라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OPEC이 유가급등을 즐기고 있다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리비아 출신의 압달라 엘 바드리 사무총장은 "지금같은 고유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현 상황이 기름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투기꾼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원유 시장공급은 잘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급부족에 대한 걱정을 가라앉히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시장은 오히려 OPEC의 `무대책' 쪽에 무게를 두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OPEC은 하루 석유생산량을 50만배럴 증산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의 기대를 저버린 소폭 증산계획은 유가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OPEC의 새 쿼터는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된다. 엘 바드리 사무총장은 16일에도 "단기적인 추가 증산은 없을 것"이라며 일단 시장을 관망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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