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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체제 순조로운 출발

딸기21 2007. 9. 2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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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 체제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내각 출범 직후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들은 신임 총리의 `안정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다. 자민당의 지지율은 야당인 민주당을 누르고 다시 1위로 올라섰으며,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총리 시절 흔들렸던 미국과의 관계도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일각에선 오랜 파벌 정치의 유산으로 회귀해버렸다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후쿠다 효과'를 통해 자민당 정권이 안정을 찾은 것은 분명해보인다.

기사회생 자민당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후쿠다 내각 출범 뒤인 25∼26일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27일 일제히 공개했다. 아사히 조사에서 후쿠다 내각지지율은 53%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27%)을 압도했다. 요미우리 여론조사에서도 새 내각 지지율은 57.5%로 반대 27.3%를 크게 웃돌았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이 57.8%로 비슷하게 나왔다.
앞서 25일 중의원 투표를 통해 신임 총리로 공식 취임한 후쿠다 총리는 관방장관에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외상을, 외상에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방위상을 기용한 새 내각을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새 내각에서는 지난 8월27일 아베 전총리가 만들어놓은 틀이 그대로 유지됐다. 아베 전총리의 개각 직후 지지율은 33%였는데 후쿠다로 총리가 바뀌면서 각료 지지율은 덩달아 올라갔다. 총리 취임 뒤 첫 내각 지지율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때 78%, 아베 총리 때엔 63%였다. 후쿠다 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아주 큰편이라 볼수는 없지만 최근 자민당 지지도가 바닥을 쳤던 것을 감안하면 자민당 입장에서는 구원투수를 제대로 골랐음이 입증된 셈이다. 후쿠다 총리는 자민당 간사장에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전 문부과학상을 임명하는 등 당 4역을 파벌 수장들로 채워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인사를 선보였다.

`후쿠다 효과'에 민심 흐름 변화

아사히신문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는 자민당(33%)이 제1야당인 민주당(25%)을 누르고 오랜만에 1위를 차지했다. 아베 전총리의 사임을 불러온 직접적인 계기가 된 테러대책특별조치법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베 전총리는 해상자위대가 인도양에서 미군 지원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오는 11월 시한이 끝나는 이 법안을 연장할 방침이었지만 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민주당 등 야당들이 극력 반대해 벽에 부딪쳤었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들에서는 새 내각 최대 현안인 테러조치법 연장에 대해 찬성 여론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7∼9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반대 여론이 높았는데 보름남짓한 기간에 찬성 49.6%, 반대 39.5%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후쿠다 내각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은 조기총선과 관련된 민심. 민주당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한 뒤 중의원 해산과 조기총선을 강력 요구해왔다. 아베 총리 시절 민주당의 기세로 봤을 때엔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경우 정권교체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번 요미우리 조사에서 `조기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고 `시급히 필요하지 않다'는 대답이 58%로 올라갔다. 불과 열흘 전인 지난 15∼16일 조사와 비교해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응답은 16%포인트나 줄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나타났던 `반(反) 자민-친(親) 민주' 여론은 아베 전총리에 대한 실망감에서 나온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끼리끼리 내각' 비판도

물론 후쿠다 내각이 전적이고 압도적인 지지만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사히 조사에서 파벌 수장들을 각료와 자민당 주요 보직에 앉힌 후쿠다 인사에 대해 응답자의 56%는 `낡은 자민당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후쿠다 총리를 지지했던 파벌 대표들로 만든 `오도모다치(お友達ㆍ친구) 내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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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조사에서 후쿠다 총리 개인에 대해서는 균형감각(58%)과 실행력(46%)에 높은 점수를 준 반면 `국민들의 감각과 가깝다'는 응답은 38%로 떨어졌다. 과거 고이즈미 전총리 때에는 응답자 71%가 국민들의 감각과 가깝다고 대답했었다. 후쿠다 총리의 경우 안정감과 정치력을 인정받고는 있지만 명문가 출신 세습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서민적인 친화력은 부족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후쿠다 총리 밑에서 자민당이 `잘될 것이다'라는 응답은 22%, `나빠질 것이다' 6%인 반면 `변화가 없을 것이다'라는 응답이 65%를 차지했다.

외교에는 청신호

국제무대에서는 관방장관 시절 `그림자 외상'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후쿠다 총리의 외교력이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금이 갔던 미ㆍ일, 중ㆍ일 관계는 급속 회복될 조짐이다. 미국 백악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6일 후쿠다 총리에게 전화해 취임을 축하하고 빠른 시일내 워싱턴을 방문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 소식통들은 후쿠다 총리가 10분여 전화통화를 한 뒤 부시대통령에게 조기 방문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후쿠다 총리가 오는 11월 미국과 중국 국빈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쿠다 총리는 미국을 방문해 자위대 활동을 연장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을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또 후쿠다 총리가 11월 중에 중국을 찾기로 하고 이미 일정 조정에 들어갔으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2월 일본을 답방하는 문제도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일본을 방문한 일이 있지만 후 주석의 공식 방문은 아직까지 없었다. 후쿠다 총리의 조기 방중과 후 주석의 답방이 이뤄질 경우, 고이즈미 전총리 시절 이래 냉각됐던 중ㆍ일 관계가 급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다네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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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총리 취임과 함께 도쿄 치요다(千代田)구 나가타초(永田町)의 총리관저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총리의 ‘식구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버지의 비서로 관저에 들어간 후쿠다 총리의 장남 다쓰오(達夫ㆍ40). 후쿠다 총리는 26일 자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할 비서관 5명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오른팔 격인 정무비서관에는 다쓰오가 기용됐다.
후쿠다 총리는 부친인 후쿠다 다케오(赳夫) 전총리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다시 비서관으로 앉힌 셈이다.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다쓰오가 민간기업에 다니다가 정계에 입문한 경력까지 후쿠다 총리와 똑같다며 ‘부자 3대’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다쓰오는 정무비서관으로서 정책 조언, 미디어 관리, 당직 인선 등에 깊이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군마(群馬)현에 있는 후쿠다 가문의 지역구까지 관리하고 있어 특히 행보가 주목된다. 다쓰오 외의 비서관들은 옛 대장성, 외무성, 경찰청, 경제산업성 전직 관리들로 채워졌다.

후쿠다 총리의 인생 동반자이자 정치적 조언자로 알려진 부인 기요코(貴代子ㆍ63) 여사는 다소 요란스러웠던 아베 전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는 전혀 다른,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기요코 여사는 온화하고 사려깊지만 정치인 가문에서 자라나 정치감각이 때로는 남편보다도 더 뛰어나며 물밑에서 활발한 내조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친정인 사쿠라우치 가문은 대장상과 자민당 간사장 등을 줄줄이 배출한 정치 명문이며, 기요코 여사의 여동생도 사이토 아키라(齋藤明)는 마이니치신문사 사장과 결혼했다. 기요코 여사는 후쿠다 총리가 정치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청혼을 받아들였지만, 남편이 정계에 입문한 뒤로는 지역구 관리에 적극 나서는 등 강력한 후원자가 됐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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