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카레이스키, 코리안

딸기21 2007. 8. 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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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스키(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옛소련권 한인들은 70년전 뿌리 뽑혀 낯선 땅에 이식됐지만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가능한한 지키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들이 부모세대에게 전해들은 한반도와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즈베크 독립 이후 한국과의 교류가 크게 늘면서 고려인과 한국인들의 만남이 최근 잦아졌고, 경제적 결합도 늘고 있다. 카레이스키와 코리언, 그리고 우즈베크인들은 서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타슈켄트에서 만난 이들의 입을 통해 서로를 보는 이들의 시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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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 교외 시온고의 고려인마을에서 만난 김발레리(60.사진 ▶)씨는 한국어에 러시아어를 섞어가며 한국에서 온 손님을 반겼다. 한국 교민들이나 방문객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씨는 서툰 한국어로 "나쁜 것 없다"며 한국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시온고 마을에 여러가지를 베풀어주었다고 자랑했다. 

카레이스키가 본 코리언 "한국 발전 놀랍고 자랑스럽다"

시온고마을은 사실 2년전 노무현 대통령이 다녀간 이래로 한국 기업가들이나 정치인들 같은 방문객들이 관광코스처럼 방문하는 곳이 됐다. 한국에서 오는 이들은 대개 노인들만 남은 이 농촌마을에 무언가를 선물해주고 가기 마련이다. 김씨는 한국에서 온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한국 사람들 경험과 생각을 배우고 싶다"며 한국의 경제발전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역시 시온고 출신인 김나쟈(19)씨는 니자미 사범대학 한글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여대생. 부모님, 할머니와도 집에서는 러시아어를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어는 아직 낯설다. 교민회에서 마련해준 장학금으로 한국에서 공부를 한 뒤 타슈켄트에서 통역으로 일하는 것이 나쟈의 소망이다. 그는 "부모님에게서 그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자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고려말이 서툴러도 난 고려인"이라고 강조했다. 나쟈는 "한국인들이 와서 회사도 짓고 고려인들 위해주니 고맙다"며 한국에 가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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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언이 본 카레이스키, "한국인과 부지런함 똑같지만 사회주의 타성도"


한국 교민 조상식(55.사진 ▶) 사장은 2002년부터 타슈켄트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 60명 중 거의 대부분인 50명이 고려인이다. 고려인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현지인들에 비해 한민족 특유의 근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조사장은 말했다. 한국어 이해력이 빠르고 업무를 빨리 배우는 것은 고려인의 장점이다.

그러나 오랜 사회주의의 타성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옛소련이 무너지고 우즈베크가 독립한 뒤 민족주의 바람에 밀려난 고려인들, 요직에 진출할 길이 막힌 젊은층에는 정부나 기업에 대한 불신이 많이 퍼져 있다. 조사장은 "오랜 세월을 서로 다른 체제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지 법인을 운영하면서 고려인들이 사회주의의 타성에서 벗어나 발전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사장은 고려인 학생들에게 사비로 장학금을 주어 한국 단기연수를 보내는 한편, 직원들을 2∼3개월씩 서울 사무소로 보내 교환근무를 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한국에 다녀온 고려인들은 시간 개념이 확실해지고 비즈니스 훈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우즈베크인이 본 카레이스키와 코리언, "고려인 우즈베크사회 융합 부족, 코리언들이 오히려 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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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의 대학에 다니고 있는 아이벡 일랴소프(20)는 한국 문화에 아주 친숙하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며 영화 `올드보이'와 `댄서의 순정', 드라마 `겨울연가'와 `궁', `소울메이트' 등을 재미있게 봤다. 한국 가수 중에는 그룹 `팀'을 좋아하며, 즐겨 부르는 노래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한국인들의 이미지는 아주 좋다. 몇차례 가이드 일을 하며 한국에서 온 학자들과 언론인들을 만났는데 "경제적으로 잘 살지만 겸손해서"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몇몇 영화에서 보이는 폭력성은 다소 놀라웠다고.


한국 문화가 친숙한 것과 달리, 정작 오랜 세월 우즈베크 안에서 함께 살아온 고려인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거리감을 느낀다고 아이벡은 말했다. "카레이스키들은 아직도 자기들만의 정체성이 강한 것 같고, 그들만의 문화를 지키려 애쓰는 것 같다. 한국에서 잠깐씩 다니러 온 이들이 오히려 우즈베크인들과 거리낌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과 대조된다." 아이벡은 "카레이스키들이 어떻게 우즈베크에 와서 살게 됐는지는 잘 모르지만 다른 민족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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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들 책임감이 강하고 다정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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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우즈베크 수도 타슈켄트의 공항에서 만난 김올가(30ㆍ사진)씨는 우즈베크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시집온 `고려인 새색시'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한국 선교사들이 세운 교회에 가서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에서 몇달씩 지내기도 했기 때문에 그에게 한국문화는 아주 친숙했다.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은 지난해 타슈켄트를 방문한 남편 최유성(45)씨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광주에서 한약재 도매상을 하는 최씨가 지난해 6월 타슈켄트에 왔을 때 첫 만남을 가졌고, 두달 뒤에 바로 결혼으로 골인했다. 지금은 광주 첨단신도시의 아파트에서 남편과 둘이 살고 있다. 
김씨는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으며 "한국 사람과의 문화적 차이보다는 동질감을 훨씬 더 많이 느낀다"며 "이웃 사람들도 친절하게 대해줘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한국으로 시집을 갔을 땐 시어머니가 고려인 며느리의 살림 솜씨를 걱정해 함께 지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고 있다고. 김씨는 "어른들을 존중하고 가족을 배려하는 것은 고려인이나 한국인이나 마찬가지"라면서 "하지만 한국 남자들은 우즈베키스탄 남자들이나 고려인 남자들보다 책임감이 더 강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신부감을 찾는 두 노총각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보이듯,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색시'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국에 와있는 고려인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씨는 가끔씩 이상한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이들 때문에 마음 상한 적도 있지만 한국 생활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혼 뒤 1년 만에 남편과 함께 타슈켄트의 친정집 나들이를 한뒤 친정 부모를 모시고 광주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는 "엄마가 한국으로 시집갈 때에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이번에 내 얼굴을 보고 안심하셨다"면서 "광주에서의 내 생활을 보시고 나면 기뻐하며 타슈켄트로 돌아오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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