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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극단주의 입김 세진 아프간 주변국들

딸기21 2007. 7. 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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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11월, 희대의 대량살상 테러가 일어나고 두 달 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지속되는 자유(Enduring Freedom)'이라 이름붙인 미국의 아프간 공격작전은 성과를 거두는듯했다. 엽기에 가까운 여성탄압과 바미얀 불교유적 폭파 등을 저질러 `문명파괴자'로 악명을 떨친 이슬람 극단주의 탈레반 정권은 전후 며칠 지나지 않아 지도부가 모두 도망치면서 무너져내렸다.

그러나 전후 6년을 바라보는 지금, 아프간 전후 재건작업은 이라크와 함께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레짐 체인지(체제 변경)' 정책의 양대 실패 사례로 지적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프간 뿐만 아니라 주변 이슬람권 국가들의 상황도 일제히 미국이 원했던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파키스탄 세속정권 `풍전등화'

이달 들어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파키스탄에 집중됐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은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긴밀히 얽혀있기 때문에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수 없다.
무혈쿠데타로 집권한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막대한 원조를 받는 대가로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지원했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넘어온 탈레반ㆍ알카에다 잔당과 파키스탄 내 이슬람 강경파가 결합하면서 파키스탄 정정마저 불안해졌다. 이슬라마바드에서는 얼마전 모스크를 장악한 무장세력과 치안병력 간 최악의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이른바 `붉은 사원(랄 마스지드) 사태'로 알려진 이 사건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정통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에, 무샤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슬람 세력 모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지금 무샤라프 정권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려 있다.
미국은 무샤라프 정권의 버팀목 노릇을 해주면서, 동시에 파키스탄 정부가 극단주의 세력을 단속하지 못한다며 볼멘소리를 내왔다. 미국은 파키스탄 세속 정권을 더이상 밀어줄수도, 그렇다고 탈레반 치하 아프간을 공격했듯 주권국가 파키스탄에 폭격을 퍼부을수도 없는 처지다. 뉴욕타임스는 얼마전 랄 마스지드를 메운 젊은 여성 `이슬람주의자'들의 모습을 전했다. 파키스탄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장악되면 아프간에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는 작업은 요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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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보수파의 `반동'

아프간 서부는 이란과, 남부와 동부는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프간을 에워싸다시피 한 두 나라는 새뮤얼 헌팅턴의 자기실현적 예언을 현실화하려는 듯 개혁ㆍ개방ㆍ민주화에서 오히려 멀어져 반미 이슬람주의의 길로 치닫고 있다. 이 일대의 `대세'를 뒤바꾼 것은 지난 2005년 이란에서 강경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반미ㆍ반서방 정서에 힘입어 국제사회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집권한 것이었다.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전임 모하마드 하타미 정권 시절 자유화됐던 테헤란 분위기를 뒤집어 지식인들을 탄압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 그리고 핵 개발 정책을 추진, 미국과 정면 대립하며 서방에 두통을 안겼다.
아프간 북부 우즈베키스탄 독재정권은 아프간전쟁 때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 전쟁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이슬람권을 공격한 미국에 대한 반발과 독재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감 때문에 이슬람세력이 오히려 지방에서부터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5년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슬람 기업가 탄압으로 발생한 안디잔 지역의 소요사태를 유혈진압, 오히려 이슬람 강경파들의 결속을 불렀다.
미국의 군사기지가 위치한 터키에서도 반미, 반서방 정서가 커지면서 이슬람 극우파가 득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총선에서 이슬람주의를 내건 정의개발당이 재집권함으로써 근대 터키를 지탱해오던 세속주의 원칙마저 흔들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많은 무슬림 인구가 살고 있는 인도에서는 지난해 7월 일어난 뭄바이 열차폭탄테러 등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공격이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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