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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피랍사태] "인질들 안 풀어줬다"

딸기21 2007. 7. 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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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8명이 우선 석방돼 미군 기지로 이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포위망에 위협을 느낀 무장단체 탈레반 측이 인질들을 다시 끌고간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에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을 계속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질들을 추가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NHK방송은 한국인 피랍자 23명 중 8명이 석방 합의에 따라 25일 오후 인도 장소로 향하던 중 갑자기 다시 탈레반 본거지로 되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26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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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는 아프간 정부 협상책임자로부터 이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당초 인질 석방에 합의했던 탈레반은 인도 장소 주변에 아프간 정부군 전차가 배치된 것을 보더니 본거지로 다시 인질들을 데려갔다”고 전했다. 이 정부 당국자는 탈레반이 안전에 위협을 느껴 돌아가버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25일 밤 석방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방송은 전했다.

앞서 외신들은 탈레반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인질 8명을 석방했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당초 한국인 석방 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교도통신도 26일에는 보도 내용을 바꿨다. 교도통신은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도 25일 밤 인질 8명 석방 소식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인질들이 풀려났는지 여부에 대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서방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인질 석방 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보도했고, AP통신은 석방된 이들이 가즈니주의 미군 기지로 이송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확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석방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가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25일 오후 ‘협상 실패’를 선언하고 인질 1명을 살해했다고 말했었다. 이날 밤 아프간 경찰들은 한국인들이 납치된 카라바그 인근에서 피랍자들을 인솔했던 배형규 목사의 시신을 찾아냈으며 한국 정부도 이를 확인했다. 


외신들은 시신에 10개의 총탄 구멍이 나 있었지만 언제 사망했는지, 총격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됐는지는 알수 없다고 보도했다. 배 목사가 지병 때문에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들이 있었으나, 숨지기 전 건강상태와 정확한 사망 시점 및 원인 등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신은 가즈니주 미군기지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새로운 협상 시한(한국시간 26일 오전 5시30분)을 내걸고 아프간 정부에 재차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을 요구했으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남은 22명 중 여러 사람을 추가로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이 내건 최종 시한이 지났지만 아직 추가 살해가 있었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탈레반 의도 뭘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아프간의 나토군. /AFP


탈레반은 한국인들을 석방하려던 것일까, 아니면 애당초 석방 의사가 없었던 것일까.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을 납치한 무장조직 탈레반이 피랍자 8명을 우선 석방했다는 보도가 갑자기 뒤집어지면서 여러가지 추측과 해설이 나오고 있다. 핵심적인 의문은 탈레반이 과연 한국인들을 풀어주려 했는데 협상 과정에서 돌발사안이 발생해 무위로돌린 것인지, 아니면 애당초 석방 의사가 없었는데 외신들의 루머성 보도만 난무했던 것인지 하는 점이다. 


`급거 본거지 귀환' 사실을 보도한 일본 NHK 방송 내용이 사실이라면 일단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협상단이 `선별 석방'에는 합의를 보았던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과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안전 위협 느껴 되돌아갔다"

NHK방송은 탈레반이 인질 8명을 아프간 정부 관계자들에게 넘겨주기 위해 인도 장소로 데리고 오다가, 아프간군 전차들이 포진해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되돌아갔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 협상단과 25일 오후까지만 해도 8명 석방에 합의를 봤고 이를 지키려 했으나 상황에 위협을 느껴 철회했다는 것이다. 탈레반이 먼저 인질 8명과 동료 수감자 8명의 석방ㆍ맞교환을 제의했다는 보도들을 감안하면, NHK 보도는 설득력이 있다. 


탈레반 쪽에서는 23명에 달하는 인질들, 특히 여성들이 다수 포함된 인질들을 장기간 억류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식료품과 약이 모자란다""여성들은 해치고 싶지 않다" 같은 발언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동료 석방 우선, 몸값은 나중"

반대로 탈레반의 목적은 애당초 동료 수감자들의 석방을 이끌어내는 것이었을 뿐, `몸값'을 받고 인질들을 풀어주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추론도 있다. 사실 탈레반의 공식 창구로 나선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선별 석방'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앞서 24일에는 "탈레반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몸값을 둘러싼 보도들을 일축했고, 25일에도 "동료들을 풀어주지 않는 한 인질들을 석방하는 일은 없을 것""이미 살해한 1명을 뺀 나머지 22명은 여전히 억류 중" 등의 발언을 했었다.


탈레반이 동료 수감자들을 꺼내오기 위해 협상을 하면서 인질들을 차례로 살해하고, 장기간 억류가 여의치 않은 여성들은 몸값을 받고 순차로 풀어주는 식의 `이중 전술'을 쓰려는 것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악부터 최상까지, 가능한 시나리오들

탈레반이 어떤 이유에서든 일부라도 인질들을 풀어줄 의사가 있다면,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퇴로를 열어준 뒤 당초 예상대로 `현금 해결'을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시나리오로 보인다. 금전적으로 해결할 경우 테러범과의 협상에 반대해온 미국 등과의 마찰이 예상되긴 하지만 인질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이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단국대 이평래 교수는 "몸값으로 해결된 전례들도 있고, 그마저도 미국이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우려하듯, 인질 일부가 선별적으로 석방되고 추가 살해 위협이 계속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역시 관건은 인질들의 안전과 건강. 장기 억류시 열악한 여건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어야 하는 피랍자들이 버텨낼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탈레반이 25일 위협한대로 계속 협상 시한을 내걸며 인질들을 추가살해하는 최악의 가능성을 막으려면 우선 탈레반의 의도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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