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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피랍사태] '몸값'이냐 '인질 교환'이냐

딸기21 2007. 7. 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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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피랍자들과 아프간 내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문제로 협상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아프간 정부가 인질 교환 대신 현금 지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소식통들은 탈레반이 `8명 우선 석방' 등을 내걸며 부분적으로 피랍자들을 풀어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른 시일내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요미우리 신문은 25일 납치단체와의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아프간 정부 관계자가 "인질 교환이 아닌 현금으로 사건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협상이 25일로 연장됐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간부는 "탈레반 측으로부터 석방을 요구하는 수감자 8명의 명단을 받았지만 탈레반은 곧바로 자신들이 내놨던 리스트를 철회했다"고 전하면서 "내부에서 분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은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 수감자 교환 대신 금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또다른 아프간 소식통을 인용해 탈레반측이 여성 인질들을 다수 억류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프간 당국자와 통화한 탈레반측 병사가 "많은 인질들을 장시간 억류하기엔 장소가 너무 좁다", "여성은 해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등 조기 해결을 바라는 듯한 말을 했다는 것.
알자지라방송도 24일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이 "협상이 결정적인 단계에 와있다""매우 민감한 국면"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마디 대변인은 "몇 분, 몇시간, 아니면 며칠 내에든 큰 뉴스가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한국인 피랍자들이 감금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 카불 남동부 가즈니주 일대는 아프간 병력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포위망을 형성, 에워싸고 있다. 퇴로가 사실상 막힌 상태인 탈레반 측이 이 사태를 빨리 마무리짓기 위해 실현가능성이 낮은 수감자 석방ㆍ인질 교환 대신 금전적인 쪽으로 요구사항을 돌렸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은 상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갈팡질팡 '탈레반 요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을 납치한 무장세력 탈레반의 요구는 `돈' 쪽으로 향해가는 것일까.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 보도 등을 계기로, 탈레반이 한국인 피랍자와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대신 금전적인 요구 쪽으로 협상 조건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한 카리 유수프 아마디, 또 현지 무장조직 지도자 압둘라 잔의 대변인이라는 인물 등의 말을 인용해 협상이 이른 시일내 끝날 것임을 예측하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24일(이하 한국시간) 하루 동안 벌어진 상황들을 종합해볼 때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는 편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돈'이냐 `인질교환'이냐

피말리는 피랍자 석방 협상에서 관건은 탈레반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 앞서 탈레반과 돈을 연결짓는 보도는 주로 일본 언론들을 통해 흘러나왔다. 앞서 교도(共同)통신은 24일 낮 "탈레반 측이 한국 정부에 인질들과의 접촉을 허용하는 대가로 10만달러를 요구했다"고 처음 보도했다. 교도는 또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다"면서 한국정부와의 직접 접촉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작 탈레반은 이 보도를 부인했다. 아마디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방송과의 전화 통화 등에서 "탈레반은 누구에게도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동료 수감자의 석방을 재차 요구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몸값 요구설'은 사실이 아닌 걸로 판명되는 듯했다.

독일 dpa통신은 아프간 정부 협상단의 말을 들며 "탈레반이 석방을 요구해야 할 자기네쪽 수감자들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데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면서 "맞교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신 몸값을 받아내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들로 볼 때 탈레반 측의 요구사항이 돈과 인질교환 중 어느 한쪽으로 확정됐는지는 불투명하다.


아프간 정부의 `고육책'?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는, 금전적 해결방안이 탈레반의 `요구사항'이라기보다는 아프간 정부 협상단의 제안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알려진대로 탈레반은 당초 한국인 피랍자 수와 같은 23명의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아프간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도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곤혹스런 입장에 처한 아프간 정부가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몸값 지불을 들고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탈레반 쪽에서도 여성 인질들을 비롯해 23명이나 되는 이들을 계속 억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로 가는 듯했던 24일 밤 탈레반은 "8명씩을 우선 맞교환하자"라는 2차 제안을 내놓으면서 한발 물러섰다. 탈레반은 자신들이 우선 풀어주려는 한국측 인질 8명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여성들'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시한 없는 협상

24일 낮까지만 해도 협상은 난항을 겪는 듯했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아마디 대변인은 AP통신 인터뷰에서 협상이 최종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고, AIP통신도 아프간 정부 협상 대표 와히둘라 무자디디의 말을 인용해 "문제가 조만간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라 보도했다.

기대를 부추기는 발언들이 나오면서 24일 밤과 25일 새벽 사이 합의가 이뤄질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커졌으나,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탈레반은 앞서 3차례 협상 시한을 연장했지만 24일 밤에는 협상시한을 따로 정하지 않았고 인질 살해 위협도 하지 않았다.

협상에 참여하는 이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 보도들은 인용에 인용을 더해, 간접적으로만 전달되고 있다. 사안이 극도로 민감하고 관련자가 많은데다 탈레반 조직의 문제로 보이는 혼선까지 겹친 탓에, 여전히 협상 결과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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