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아시아 금융위기, 그후 10년

딸기21 2007. 7. 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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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7월2일, 태국 방콕 외환시장에서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아시아 금융위기'가 촉발됐다. 그 다음달엔 인도네시아 루피아가, 곧이어 말레이시아 링기트가 잇달아 무너졌고 한국도 금융위기에 휩쓸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가 됐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됐던 바트화 폭락 사태 10주년을 맞은 현재, 아시아 주요국들은 고난의 시기를 보낸 뒤 어렵사리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금융위기 발생 10년을 맞아 아시아 곳곳에서는 금융위기와 이후 회복과정을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으며 외신들도 아시아의 위기 극복 노력을 분석하는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


방콕발(發) 충격, `그 후 10년'


프라차이 레오파이라타나는 태국 유수의 석유화학기업을 거느렸던 경영인이다. 한때는 아시아 최고 부자 대열에 이름을 올렸었던 그는 10년전 바트화 폭락 사태로 철퇴를 맞았다. 하룻밤새 바트화 가치가 18% 떨어지면서 대폭락이 시작됐고, 정유돚철강돚시멘트회사 등 여러 산하기업을 두었던 그의 회사는 30억 달러의 채무를 갚지 못해 무너졌다. 프라차이는 지금 작은 시멘트 공장 하나를 근근이 꾸려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금융위기 이후 태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로 프라차이의 사례를 최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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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처방에 따른 강력한 구조조정과 `민영화' 과정을 거쳤지만 태국 경제는 아직 금융위기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숱한 외국투자자들을 끌어들였던 태국 증시는 정정불안 때문에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방콕 증시의 SET 지수는 지난달 30일 776.9포인트를 기록했다. 10년전 한때 1700대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2004년말 쓰나미와 지난해 9월의 군사쿠데타는 간신히 회복세로 돌아선 태국 경제에 타격을 입혔고, 19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10% 안팎이었던 경제성장률은 4%대로 떨어졌다. 금융전문가들은 정권이 민간에 이양되고 정치안정이 이뤄지면 성장의 바퀴가 다시 굴러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폭풍 가셨지만 그늘은 남아

인도네시아는 금융위기 전까지 실업률이 2.5% 안팎에 묶여있었으나 지금은 10%를 웃돈다. 특히 IMF의 극약처방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적 안정은 막대한 균열을 겪었다. IMF 수석부총재를 지낸 조지프 스티글리츠처럼, IMF의 대응이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정치적 불안을 가져왔고 수많은 이들의 생활을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IMF가 아시아 위기에 경직되게 대처한 탓에 결국 조직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게 됐다는 지적도 많다.

방콕의 금융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회복 과정은 전문가들에게는 합격점을 받고 있다. 지난달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금융위기 이후 10년' 경제포럼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총리는 "아시아가 치명적인 실수를 피할수 있었더라면 더욱 놀라운 성장을 했겠지만, (10년 전의 실책 덕에) 금융감독과 경제정책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거품 붕괴 뒤의 극복과정에서도 실패를 거듭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1998∼99년 위기를 보내고 2000년대 들어서는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몰락만큼이나 빨랐던 아시아국가들의 회복 속도는 재차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과거 용이나 호랑이에 비교되던 초고속성장의 신화는 무너졌으며 외국 투자자들에게 예전만큼의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새 아시아의 중심으로 떠오른 중국 경제 `거품' 논란은 아시아위기를 재조명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AFP 등은 중국 경제가 `제2의 아시아 위기'를 겪지 않을 만큼의 면역력을 갖추기까지, 아시아는 주춤거리는 발전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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