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사르코지의 '개방형 인사' 계획

딸기21 2007. 5. 14. 17:08
728x90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16일 취임 뒤 발표할 차기 내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FP, 로이터통신 등은 13일 사르코지 당선자가 좌우를 망라한 폭넓은 통합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면서 외무장관 등 요직에 좌파를 앉히는 깜짝 인사를 선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주말인 12일과 13일 전통적으로 총리들의 휴식처였던 파리 교외 베르사이유 궁전에 머물면서 장 피에르 라파랭 전 총리 등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정치인들과 면담을 갖고 내각 구성을 의논했다. 앞서 사르코지 당선자는 `작은 정부'를 만드는 상징적인 조치로 각료 수를 현재의 30명에서 절반인 15명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었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15명 중 외무장관을 포함한 요직 몇 개는 좌파에게 할당할 예정이며 적어도 7명 이상을 여성으로 채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선투표에서 자신을 찍지 않은 `국민 절반'을 의식, 개방적이고 성평등에 입각한 인선을 하겠다는 것.

핵심 요직 중 하나인 외무장관직에는 1999년 동유럽 코소보 위기 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개입을 이끌어냈던 사회당의 위베르 베드린(59)이 물망에 오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베드린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외교정책 보좌관을 거쳐 1997∼2002년 자크 시라크 현대통령 밑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인물. 만일 베드린이 외무장관이 된다면 미국 쪽엔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드린은 프랑스 외교의 기조를 미국 일극체제에 맞서는 것으로 정했던 장본인이자, 미테랑에서 시라크로 이어지는 `반미 노선'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세골렌 루아얄의 사실상 남편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는 사르코지 당선자가 베드린 등 좌파 인사들에 눈독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13일 "누구든 자신의 신념을 지켜야 한다"며 단속에 나섰다. 베드린 측에서는 입각 제안에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만일 그가 사르코지 1기 내각에 들어간다면 최대의 전격 인사가 되는 셈이다. 호주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에게 인수된뒤 아주 꼴통이 돼버린 영국 더타임스는 "케도르세(Quai d'Orsay돚프랑스 외교부)에 베드린이 앉는다면 미국과 영국에는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사회당 소속 클로드 알레그르 전 교육장관에게도 각료직을 제안했다. 알레그르는 입각을 거절했지만 사르코지 당선자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대학개혁 등을 돕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레그레는 지금까지 좌파 진영이 사르코지 당선자를 `파시스트'로 맹비난했던것과 달리 13일 르 파리지앵 인터뷰에서 "그는 카리스마가 있으면서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호평해 눈길을 끌었다.
범 우파 진영에서도 친소관계에 상관없이 인물을 뽑는다는 것이 사르코지 당선자의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내각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가 될 신설 경제전략 장관에는 UMP에 소속되지 않은 중도파 인기 정치인 장 루이 보를루 노동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당내 앙숙이던 시라크 대통령의 측근 알랭 쥐페 전총리를 기용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여성 정치인 중에는 미셸 알리오-마리 국방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무역장관 등 현직 장관들과 대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라시다 다티 등이 각료 물망에 오르고 있다. 라파랭 전총리는 "측근들에게 돌아갈 자리를 줄이고 좌우로 폭을 넓힌다는 것은 사르코지 당선자에겐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 개혁을 위한 중요한 조치로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16일 시라크 대통령에게서 자리를 물려받은 뒤 곧바로 베를린으로 날아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유럽연합(EU) 현안들을 의논하고, 다시 파리로 돌아와 17일 새 총리를 임명할 계획이다. 늦어도 20일까지는 내각 구성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 부인, 남편에게 투표 안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 세실리아()가 지난 6일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지 당선자와 동거, 별거를 되풀이하고 있는 세실리아는 지난달 22일 1차 투표 때에는 참석했으나 결선 때에는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일요신문 르 주르날 뒤 디망슈(JDD)의 기자들은 투표인 명부를 통해 이를 확인했으나 사르코지 당선자의 친구인 JDD 소유주 아르노 라가르데르의 압력 때문에 기사를 게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좌파 언론 리베라시옹의 전직 기자들이 만든 인터넷미디어 Rue89.com를 통해 결국 보도됐다. 자크 에스페랑뒤 JDD 편집국장은 사주의 압력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 "지나치게 사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해 보도하지 않은 것일 분"이라 해명했다.
앞서 프랑스 언론들은 사르코지 당선자가 오는 16일 취임 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 세실리아 없이 혼자 들어가 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