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이민 규제 역풍 불까

딸기21 2007. 4. 1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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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으로 한국 교민사회가 혼란에 빠진 것은 물론, 미국 내 이민자 집단 전체에도 이번 사건이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대적인 이민자들의 이민자 통제정책 반대시위 등에서 보이듯 미국 내 이민자 사회와 주류 백인 집단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이번 사건 때문에 이민자들에 대한 미국 사회의 거부감이 더 커지고 이민정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주목된다.

외국계 학생들 `불안'

참사가 일어난 버지니아공대에는 한국 유학생들을 비롯해 외국인 학생 2000여명이 등록돼 있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아시아계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온 유학생들도 이번 사건 때문에 외국인들에 역작용이 미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14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에서 보스니아계 18세 청년이 쇼핑몰 총기난사로 5명을 숨지게한 뒤 2달만에 일어난 `외국인 범죄'라는 점에서 파장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조승희(23)씨는 8살때부터 미국에서 살아온 영주권자이지만 국적은 한국이기 때문에 미국법으로 보면 `외국인 범죄'가 된다. 조씨가 2003년 영주권을 연장할 때 미국 시민권을 받을수 있었는데도 받지 않았던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버지니아공대생 마이클 오퍼만(18)은 AFP통신 인터뷰에서 "분명히 부정적인 반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2001년 9.11 테러 뒤 미국인들이 중동 출신 거주자들에게 보였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은 중동, 이슬람국가 이민을 통제한 것은 물론 관광비자 발급도 대폭 제한했다. 중동계 몇몇 기업들은 자금줄이 끊겼고 유학생들도 대거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민정책 보수화될까

물론 이번 사건은 9.11과는 전혀 다르며 `국가 대 국가'의 범죄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시와 같은 강도높은 배타적 조치들이 취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미국 의회 일각에선 이민자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빌미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2년여 전부터 멕시코인들의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한 국경 장벽 설치계획이 추진돼 미국 사회에서 거센 논란이 벌어져왔고, 지난해에는 이민자 억제 법안에 항의하는 라틴계 체류자 등 200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잇달아 벌어지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의회의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진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을 올해 안에 통과시키려 애쓰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지난 9일 애리조나주 멕시코 접경지대를 방문하는 등 대대적인 이민법안 홍보 캠페인에 들어갔다. 새 법안은 기존 불법체류자들은 선처하되 신규 입국자들은 통제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1200만여명의 불법 이민자들 중 상당수를 구제해 합법이민자들로 바꿔주고 이민자들의 영주권 부여기회도 확대하는 대신 불법 입국자들엔 강력 대처한다는 것. 이민자 옹호기구들과 불법체류자 인권운동 단체들은 새 법안이 이민 희망자들에게 문을 닫아거는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의회는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있는데, 이민 반대론자들이 이번 사건을 `악용'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버지니아공대생 애런 맨들로는 "정부 차원의 조치가 없더라도 미국 대학들이 유학생 선발돚등록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조씨 가족의 깨어진 아메리칸 드림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일으킨 조승희씨의 짧은 인생은 한 한국계 가정의 깨어져나간 아메리칸 드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18일 조씨 가족이 서울에서 가난하게 살다 미국으로 이민간 사연을 상세히 전하면서, 명문대를 졸업한 재원인 조씨의 누나를 들며 이 가정이 `코리안 아메리칸드림'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수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조씨의 누나 선경(26)씨는 동생과 마찬가지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에 있는 센터빌 고등학교를 나왔으며 명문 프린스턴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004년 졸업했다. 선경씨는 대학 시절 국무부 인턴십에 참여하는 등 동생과 달리 적극적이고 활달한 학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프린스턴대 대학신문에는 2003년 태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석달간 인턴으로 일했던 경험담을 담은 선경씨의 기고가 남아있다. 선경씨는 2001년 9.11 테러 뒤 학내에 만들어진 사회문화 프로그램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맥닐 테크놀로지라는 회사에 들어가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무부와 계약을 맺어 이라크 재건 지원계획 등에 참여하고 있는 하청회사로, 선경씨는 국무부 극동문제 담당국 지원요원 명단에도 올라있다.
선경씨는 동생의 범행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아 현재 모든 연락을 끊고 칩거하고 있다. 선경씨는 평소에도 지나치게 폐쇄적인 동생을 걱정해 동생의 급우들에게 관심을 당부하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탁소에서 일해온 조씨 부모도 아들의 정서적인 문제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조씨 부모가 아들을 대학까지 자동차로 등교시켜주곤 했으며, 주위 사람들에겐 이런 모습이 헌신적인 자식 뒷바라지로 비쳐졌다고 전했다. 조씨와 같은 기숙사에서 지냈던 수 첸이라는 학생은 "조의 부모들이 기숙사 친구들을 불러놓고 아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애를 도와달라'고 당부했었다"고 말했다. 조씨 어머니는 자식들이 공부했던 센터빌 고등학교 구내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조씨 부모들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웃 주민들은 사건 당일인 16일 밤 경찰이 조씨 집에 들이닥쳐 수색을 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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